고려 천태종(天台宗)의 시조(始祖). 이름은 후(煦), 의천은 자(字), 문종의 넷째 아들, 선종의 동생, 어머니는 인예왕후(仁睿王后), 이름이 송(宋)나라 철종과 같으므로 이를 피하여 자로 통칭(通稱)되었다. 1065년 (문종 19) 왕사(王師) 난원(欄圓)에게서 중이 되어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영통사(靈通寺)에 있으면서 난원으로부터 화엄(華嚴)의 교관(敎觀)을 배웠다. 난원이 죽은 뒤에 그 제자들과 학문을 연구하여 당시의 계율(戒律).열반(涅槃).원융(圓融).선적(禪寂) 등 각 종(宗)의 학승(學僧)을 모아 불도(佛道)를 논하는 한편 1067년 13세에 왕에게서 우세(祐世)란 호와 승직(僧職) 승통(僧統)을 하사받았다.
송나라에 유학하고자 문종에게 허락을 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1084년(선종 1) 정주(貞州 : 京畿道開부郡에서 미복(微服)으로 송나라의 상선을 타고 밀주(密州)의 접경인 판교진(板橋鎭)에 도착하였다. 송나라 철종(哲宗)의 환대를 받으며 변경( 京) 계성사(啓聖寺)에서 유성법사(有誠法師)에게 화엄(華嚴).천태(天台) 양종의 오의(奧義)를 배운 뒤에 상국사(相國寺)의 원소(圓炤), 흥국사(興國寺)의 인도승(印度僧) 삼장천길양(三藏天吉祥) 등을 찾아 불법을 닦았다.
이듬해 항주(抗州)로 가서 《화엄소초(華嚴疏秒)》의 의문점에 대하여 정원법사로부터 교수를 받았고, 자변대사(慈辯大師)로부터 천태종의 경론(經論)을 수강(受講)했다. 이 때 본국 선종이 황제에게 그의 귀국을 청원해 오자 변겨엥서 황제를 만나 본 뒤 다시 항주에 돌아와 정원법사의 화엄대의(華嚴大義)의 강의를 듣고, 전법(傳法)의 표시로 노불(露佛)을 받은 다음 천태산(天台山) 지자대사(智者大師)의 부도(浮圖)에 참례, 본국에 천태종을 전교(傳敎)할 것을 서원(誓願)했다.
이어 명주(明州)의 육왕 광리사(育王廣利寺)의 회련선사(懷璉禪師)를 만나고 1086년 귀국했다. 신축된 개경(開京) 흥왕사(興王寺) 주지가 되어 그 곳에 교장도감(敎藏都監)을 두고 송나라에서 가져온 많은 경전(經典)·유서(儒書)와 요나라.일본에서 구입한 서적 등 4천 7백여 권을 모두 교정(校正) 간행했으며, 이 때 《속장경(續藏經)》을 완성했다. 1094년(선종 11) 홍원사(洪圓寺) 주지가 되고, 이어 해인사(海印寺)에 은거, 이듬해 숙종이 즉위하자 흥황사 주지가 되었으며, 이 때 회폐의 사용을 건의하여 그 실현을 보았다.
1097년 인예왕후의 원찰(願刹)인 국청사(國淸寺)가 낙성되자 그 주지를 겸임, 처음으로 천태교(天台敎)를 강하기 시작했다. 숙종의 제 4 왕자 징엄(澄儼 : 圓明國師)을 손수 낙발(落髮)시켰으며, 병들어 죽기 이틀 전에 국사(國師)에 책봉되었다.
고려 불교가 오교(五敎)와 구산(九山)의 신라 법계를 계승하여 교종(敎宗)과 선종(禪宗)으로 갈라져 양종이 편벽 대립해 있던 당시, 교선일치(敎禪一致)를 설파하고 화엄종인 규봉(圭峰)의 학설로 고려의 교종을 통일하는 한편 선종의 교리에 입각, 천태종을 개창(開創)하여 선종의 종파를 통합하고 원효(元曉)의 중심사상인 일불승(一佛乘) 회삼귀일(會三歸一)의 원리에 입각하여 고려 불교의 융합을 실현, 한국 불교 사상 획기적인 업적을 이룩했다. 유학(儒學)에도 정통했다.
영통사(靈通寺)에 김부식(金富軾)이 찬(撰)한 그의 비(碑)가 남아 있고 남숭산(南崇山) 선봉사(仙鳳寺)에 해동 천태시조 대각국사비(海東天台始組大覺國師碑)가 전한다. 시호는 대각(大覺).
